•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정책은 빨리 폐기하시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

    이승환

    작성일

    2019-05-21 15:17:13

    조회수

    1282
  • 작성자구분

  • 첨부파일

  • 혹시 이 정책을 입안하신 분은 SNS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건축계 SNS는 이 어이없는 정책에 냉소적인 비판을 날리는 건축가들의 글로 가득합니다.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프리츠커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건축가들이 해외에서 선진적 건축설계를 배워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전혀 앞뒤 안 맞는 판단을 누가 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이 게시판이 Q&A 게시판이니 형식상 질문은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프리츠커상은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개인인 건축가가 받지만, 사실은 그 사회의 건축적 역량에 주는 상이기도 합니다. 건축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는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적 성과가 만들어지기 힘듭니다. 지금 어떤 정책을 통해 프리츠커상을 받을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면,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에 총력을 쏟을 때입니다. 매년 수십 명 이상의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고, 세계 최고의 사무실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 건축가들의 개인적 능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입니다.

    최근 건축의 공공성과 사회적 기여가 프리츠커상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생산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빨리, 저렴하게 만들려는 공공건축 시스템을 고쳐야 합니다. 이미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많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MA를 선정하여 심사, 심의 조정, 설계의도 구현까지 건축가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을 닦게 하는 것부터, 설계비와 설계 기간의 현실화, 부조리하고 비리로 가득한 설계공모판의 개혁, 최저가 낙찰제에 근접한 낙찰률 정상화 등 말이죠.

    건축계의 원성을 더 듣기 전에,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정책은 빨리 폐기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니면 ‘우리도 프리츠커상을 받아보자’는 낯 뜨거운 구호를 지우고 그냥 김태수 장학 프로그램처럼 나름 의미 있는 젊은 건축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